2022.11.26
[방은주 기자] "앞으로 모든 나라, 모든 사회는 자신의 데이터 기반을 스스로 확보해야 합니다. 산업과 경제 발전은 기술보다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양극화는 DX(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은 26일 이화여자대학교 신세계관에서 열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KIISS, Korea Intelligent Information systems Society, 학회장 임규건 한양대 교수) 2022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황 원장은 이날 '디지털 대전환의 미래:인간, 기술, 사회구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황 원장은 NIA 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8월 임기 3년의 NIA 원장(15대)에 취임했다.
정치학 박사로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과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총괄계획가(PM)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황 원장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패러다임 전환(패러다임 시프트) 세 가지로 ▲디지털화+데이터 기반 사회(Digitalization+Data driven Society) ▲아티피셜라이제이션(Artificialization) ▲결정적(Deterministic) 사회 시스템에서 확률적(Probabilistic) 사회 시스템으로 변환 등을 꼽았다.
생소한 아티피셜라이제이션(Artificialization)과 관련해 그는 많이 쓰이지 않는 용어라고 전제하며 "산업화는 자연에서 온 리소스를 전환하는 것인데, 이제는 자연의 리소스를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트피셜하게 만들어내는 시대다. AI(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며 산업화 시대와의 차이를 설명했다. 제조의 산업시대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정보화시대를 거쳐 증강이 강조되는 아티피셜라이제이션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촉진(드리븐) 사회에 대해서는 "디지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큰 변화"라면서 로컬 데이터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 드리븐이 유니버셜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국가든 사회든 나름대로만의 공유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산업사회에서 만든 모든 제도는 '디터미니스틱(deterministic)'한 것으로 어떤 값을 넣으면 정확히 그 결과 값이 나오는 '컴퓨테이셔널 씽킹(computational thinking)'이지만 지금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확률이 기반이 되는 'AI Thinking'시대라는 것이다. 이의 대표 서비스로 그는 모빌리티를 꼽았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추진요소로 ▲사람 ▲기술 ▲사회 등 세가지를 든 황 원장은 인간과 기술 협업이 AI와 증강 서비스 발전의 핵심 동인이라면서 "기술을 먼저 만든 나라보다 그 기술을 잘 수용하는 나라가 더 잘 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를 강조했다. 인프라의 속성은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라면서 "변화의 시대에는 인프라가 위력을 발휘하며, 삼중 문제(트릴레마)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가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경제와 데이터 드리븐 사회간 차이도 설명했다. 데이터 경제는 조직과 비즈니스 기반의 데이터 활용이며 데이터 드리븐 사회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데이터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가이아X와 데이터 스페이스를 만든 유럽연합(EU)가 잘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도 디플정(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 이를 구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용어인 '기동전(war of maneuver)'과 '진지전(war of position)'을 언급하며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힘은 단기간의 '기동전'보다 꾸준히 소통하고 합의를 찾아가는 '진지전'에 (war of position)'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 행사에는 지능정보시스템과 관련한 학계 논문과 기업 발표를 포함해 총 130편의 발표가 이뤄졌다.
KISTI의 지능형 기술사업화 플랫폼 전략을 비롯해 ▲산학협력 ▲디지털자산 시장 및 제도 ▲에듀테크 ▲티빙의 추천시스템 ▲금융권(KB금융)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및 데이터 ▲스마트시티 ▲국방AI 응용 ▲AI 실무능력 인증 과정 등의 9개 특별 세션이 마련됐다. 또 ▲AI기반 비즈니스 분석 ▲비즈니스 디지털 전환 ▲AI 탐지 ▲자연어처리 1, 2 ▲머신러닝&딥러닝1 ▲빅데이터와 AI ▲웹3&메타버스 ▲고객 관리의 디지털 전환 ▲머신러닝&딥러닝2 ▲경영일반 등을 주제로 한 11개 학술세션도 진행됐다.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은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운영위원장은 이형용 한성대학교 교수, 학술위원장은 심선영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프로그램위원장은 이주민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가 각각 맡았다.
임규건 학회장은 축사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디지털전환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더불어 팬데믹 여파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국가 및 산업이 많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특히 기업은 업종 및 산업 경계를 뛰어넘어 IT기술과 융합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 강력한 시대적 요구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나라 산업과 국가가 디지털경제 시대에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과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 연계를 통해 디지털전환을 위한 기업 경영전략과 국가정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등 계속해 발전 및 융합하고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이와같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 학회는 학계, 산업계 및 공공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기회를 찾고 새로운 위협을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임 학회장에 이어 축사를 한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 30여년간 지능정보시스템 발전에 앞장서온 학회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역사적으로 대변혁은 위기이지 기회다. 한발 앞서 간 곳에 기회창출이 있다. 이번 행사가 디지털 혁신을 구체화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사이버보안이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됐는데,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보안이다. 앞으로 학회와 많은 교류와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경식 이화여대 부총장은 "나도 한때 학회 회원이였고, 회장도 했다"면서 "1990년에 1회 행사가 열린 이후 어려운 시절에도 학회 행사가 매년 열렸다"면서 "올해 논문과 발표 등 130편이나 소개돼 놀랐다. 올해 집행부가 학회 행사를 풍성히 열어줘 감사하다"는 덕담을 전했다.
이날 최우수 논문상과 우수 논문상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최우수 논문상은 국민대학교 송찬우, 안현철 학생이 '지능형 불법도박 사이트 탐지 모형 개발'을 주제로 받았다. 우수 논문상은 KB국민은행(김동영, 김두형, 곽명성, 손현수, 손동원, 임민기, 박찬동, 신예지, 이현정, 김미향, 최동원)이 '금융 특화 딥러닝 광학문자인식 기반 문서 처리 플랫폼'을, 또 부산대 홍태호 교수가 머신러닝과 파인튜닝 오픈AI GPT3를 주제로 출품해 수상했다. 이밖에 전임 학회장인 김경재 동국대 교수와 김남규 국민대 교수가 감사패를 받았다.
한편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는 지능정보시스템 및 이와 관련한 학문연구, 산학협동, 국제교류증대를 통해 정보시스템 분야 발전과 보급 및 응용에 기여하고,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진흥에 공헌하기 위해 1993년 12월 설립됐다. 올 1월 현 임규건 학회장이 23대 회장에 취임했다. 내년 학회장은 경희대 권오병 교수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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